빌립보서(Philippians)는 사도 바울이 로마 감옥에 갇혔을 때(A.D. 62-63년경) 빌립보 교회 성도들에게 보낸 편지입니다. 에베소서, 골로새서, 빌레몬서와 함께 '옥중서신' 중 하나로 분류됩니다.
빌립보서는 바울의 저서 중 가장 개인적이고 따뜻한 편지로 꼽힙니다. 다른 서신들처럼 심각한 교리적 논쟁이나 책망보다는, 자신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빌립보 교회에 대한 감사와 애정이 듬뿍 담겨 있습니다. 이런 배경 때문에 빌립보서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매우 긍정적이며, **'기쁨'**이라는 단어가 반복적으로 등장하여 **'기쁨의 서신'**이라고도 불립니다.
빌립보서의 배경
빌립보 교회는 사도 바울이 2차 전도 여행 때 유럽 대륙에 처음으로 세운 교회입니다(사도행전 16장). 자주 옷감 장수였던 루디아와 그의 가족, 그리고 간수와 그의 가족이 회심하면서 시작된 이 교회는 처음부터 바울의 사역에 매우 헌신적이었고, 여러 차례 선교 헌금을 보내 바울을 도왔습니다. 이 편지는 빌립보 교회가 에바브로디도 편에 보내온 선물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, 동시에 교회의 성도들을 격려하고 권면하기 위해 기록되었습니다.
빌립보서의 주요 내용 및 구조
빌립보서는 총 4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, 각 장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.
1장: 복음에 합당한 삶
- 감사와 기도: 바울은 빌립보 성도들을 생각할 때마다 하나님께 감사하며, 그들의 사랑과 믿음이 더욱 풍성해지기를 기도합니다.
- 매임 속에서의 기쁨: 바울은 자신이 비록 감옥에 갇혔지만, 이로 인해 오히려 복음이 왕궁의 시위대에게까지 전파되는 기회가 되었다고 고백합니다. 그는 어떤 상황에서든 그리스도가 전해지는 것을 기뻐합니다.
- 삶과 죽음의 의미: 바울은 "내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니 죽는 것도 유익함이라" (빌 1:21)는 유명한 고백을 통해, 자신의 삶의 목적이 오직 그리스도를 존귀하게 하는 데 있음을 밝힙니다.
- 성도의 합당한 생활: 성도들에게 복음에 합당하게 생활하며, 한마음으로 서서 복음의 신앙을 위해 협력하라고 권면합니다.
2장: 그리스도의 겸손을 본받는 삶
- 그리스도의 마음: "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" (빌 2:5)라는 핵심 구절을 제시합니다.
- 그리스도 찬가(Hymn):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의 자기 비하(케노시스, Kenosis)와 순종을 아름다운 찬송시 형식으로 소개합니다 (빌 2:6-11).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스스로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시고, 십자가에 죽기까지 복종하신 예수님과, 그를 지극히 높이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. 이는 성도들이 본받아야 할 겸손의 궁극적인 모범입니다.
- 겸손의 실천: 이 그리스도의 겸손을 본받아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,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라고 가르칩니다.
3장: 그리스도를 아는 가장 고상한 지식
- 거짓 교사들에 대한 경계: 율법주의와 육체를 신뢰하는 거짓 가르침을 경계하라고 말합니다.
- 그리스도를 얻기 위한 모든 것의 포기: 바울은 자신이 과거에 자랑하던 모든 것(가문, 학벌, 율법적 의)을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의 고상함 때문에 배설물로 여긴다고 고백합니다.
- 푯대를 향한 달려감: "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노라" (빌 3:13-14)고 말하며, 목표를 향한 신앙의 경주를 강조합니다.
- 하늘의 시민권: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으며, 그곳으로부터 오실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린다고 선포합니다.
4장: 주 안에서 항상 기뻐하는 삶
- 항상 기뻐하라: "주 안에서 항상 기뻐하라 내가 다시 말하노니 기뻐하라" (빌 4:4)고 거듭 강조합니다.
- 염려 대신 기도: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,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면, 하나님의 평강이 마음과 생각을 지키실 것이라고 약속합니다.
- 자족하는 삶: 바울은 어떠한 형편에든지 자신은 자족하기를 배웠다고 말하며, "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" (빌 4:13)는 강력한 믿음을 고백합니다.
- 감사와 끝인사: 빌립보 교회의 후원에 다시 한번 감사하며 마지막 문안 인사로 편지를 마칩니다.
핵심 주제와 교훈
- 기쁨: 상황과 환경을 초월하여 '주님 안에서' 누리는 기쁨이야말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임을 보여줍니다.
- 겸손과 연합: 그리스도의 자기 비하를 본받아 서로를 섬기고, 같은 마음을 품어 교회의 하나 됨을 이룰 것을 강조합니다.
- 그리스도 중심의 삶: 삶의 목적, 가치 판단의 기준, 능력의 근원이 모두 예수 그리스도께 있음을 역설합니다.
- 감사: 성도는 하나님과 동역자들을 향한 감사의 삶을 살아야 함을 보여줍니다.
요약하자면, 빌립보서는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그리스도 안에서 참된 기쁨과 만족을 누릴 수 있으며, 그리스도의 겸손을 본받아 하나 되어 하늘 시민답게 살아갈 것을 권면하는 사랑과 격려가 가득한 편지입니다.